보이스 피싱 지급 정지 썰 (2) 이의 제기를 하다

보이스 피싱으로 지급 정지를 당했지만, 해당 과정이 부당한 경우 소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이의 제기라 한다. 즉, 정당하게 거래를 진행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합법적으로 지불한 경우 이의 제기를 통해 지급 정지를 해제할 수 있다. 이의 제기가 통과되면 계좌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신고 당한 자금은 2개월 동안 동결된다.

길고 긴 이의 제기 여정의 시작

아침 10시. 케이뱅크 담당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어찌된 일이냐 묻길래 '바이낸스 P2P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판매하다가 지급 정지를 당했고, 해당 과정에서 구매자 정보 확인, 영수증 수령 등 판매자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말했다. 직원 분은 '보이스피싱 범이 사기 계좌를 통해 내게 자금을 전송했으며, 따라서 불법 자금이 통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지만 서류를 통해 해당 거래가 정상 거래였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신고 당한 것도 억울한데, 소명도 알아서 해야 한다니 참 답답했다.

 

참고로 부서에서 전화가 왔을 때 다음과 같은 것을 물어보면 좋다.

1. 보이스피싱 신고자 이름
2. 피해 금액과 피해 경위
3. 연루된 은행과 계좌주
4. 이의 제기 방법 - 준비해야 할 서류
5. 이의 제기 검토 및 승인 날짜

지급 정지 이의 제기 하기

지급 정지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따라 이의 제기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 제기 신청 서류는 다음과 같다.

• 이의 제기 신청서
• 신분증 사본
• 본인서명사실확인서(주민센터 발급)
• 객관적 증빙 자료

하나씩 살펴보자.

1. 먼저 케이뱅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의 제기 신청서를 다운로드 한다.

2. 신분증 사본을 하나 복사한다.

3. 주민센터에 가서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받는다.

4. 객관적 증빙 자료는 해당 거래가 합법적이고 정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매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 객관적인 자금 및 물품 전달 영수증 등을 준비하면 된다.

 

참고로 1번의 이의 제기 신청서에 사유를 적는 란이 있는데 딱히 양식이 없는 거 같아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예시가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셔도 좋을 거 같다.

본인 XXX은 해외 비트코인 거래소 바이낸스 P2P 거래를 통해 USDT를 판매하던 중 예기치 않게 보이스피싱 사기 행각에 연루되었습니다. 본인은 김X성이라는 이가 바이낸스에서 본인 신분증을 통해 신원 인증을 완료했으며, 본인의 계좌에서 동일한 이름으로 전송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 이체에 대한 증명 영수증을 수령한 다음 해당하는 USDT를 전송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도용당한 김X성의 신분과 계좌를 통한 사기 거래에 연루되었으며 이에 지급 정지된 계좌로 인해 일상 생활과 금융 거래가 불가능한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P2P 판매자로서 정당하고 책임있는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판매 게시글에 보이스피싱 등 사기 행각 관련 주의사항을 전달하며 혹시 모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P2P 관련 자료들을 첨부드리니 확인 후 계좌 동결 해제를 신속하게 검토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의 제기 접수하기

각종 서류들이 준비됐다면 팩스로 문서들을 보내야 한다. 팩스기가 없는 나는 이거 또 어디서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요즘엔 무료 모바일 어플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모바일 팩스'라는 어플을 사용했는데, 문자SMS를 통해 무료로 팩스를 보낼 수 있었다.

 

팩스 전송 후, 담당 부서에 전화해 자료가 잘 도착했는지 확인했다. 처리가 언제쯤 되냐 했더니, 요새 보이스 피싱이 급증하여 검토에 1주, 통보까지 1주가 걸려서 대략 2주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 했다. 2주간 카드를 못 쓴다니..

 

다행히도(?) 비대면 거래가 아닌 대면 거래는 가능하여 지점이 있는 국민 은행에 가서 생활비를 출금할 수 있었다. 현금 생활이 참 불편하다고 느꼈던 건, 주는 나도 당황스럽고 받는 가게 주인분들도 당황스러워 했으며, 무엇보다도 동전이 엄청나게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부서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조금만 빨리 처리해줄 수 없겠냐 했더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순차적으로 처리된다 하니, 이제는 2주를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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