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10년 동안 유지해 왔던 저금리 정책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이 일본 중앙 은행(BOJ)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일본의 10년 저금리 정책
일본은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고인플레이션으로 패닉이 온 미국과 유럽, 남미의 국가들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죠. 그러나 일본은 유유자적하며 계속해서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합니다.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일본이 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엔화가 약세여야 국내 경제에 유리한 것이죠. 또한 일본은 상당히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과 가계 활동이 위축되죠. 정리하자면 일본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인플레가 그리 높지 않으며,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해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입니다.
저금리 정책의 변화
그랬던 일본이 지난 통화 회의를 통해 10년물 장기 금리 목표 범위를 ±0.5%로 올렸습니다. 그간 유지해 왔던 저금리 정책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시장에 알린 것입니다.
일본의 금리 정책 변화를 한국의 금리 정책 변화 정도로 보시는 것은 오산입니다. 일본은 미국 못지 않게 경제적 파급력이 큰 나라입니다. 일례로, 일본은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입니다. 일본의 정책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슬슬 감이 오시나요?
일본이 장기간 이어온 저금리 정책을 폐지하는 경우 엔화를 통해 각종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이를 매도하고 자금을 회수하려들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매도를 시작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체적인 시장의 하락세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한숨 돌린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
그러나 일본은 최근의 통화 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즉각 인상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존의 -0.1% 동결을 유지했던 것이죠. 또한 장기 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도 ±0.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관찰했고, 또한 근본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국의 경제 침체를 우려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엔 케리 트레이딩이란 일본의 엔(¥)과 같이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의 다른 통화에 투자하는 트레이딩 방식입니다. 저평가 됐던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자산을 매각하여 엔을 다시 반환하려 들겠죠. 이것이 바로 엔 케리 트레이딩 청산입니다.
주목해야 할 YCC 향방
한숨 돌리긴 했지만 앞으로 일본의 금리 정책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살짝 말씀드렸지만, 최근 일본은 YCC(Yield Curve Control)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YCC는 일본 정부가 엔저를 위해 10년 국채 수익률을 0%로 직접 조절하는 정책입니다. 즉, YCC 정책이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채권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0.5% 금리 수준으로 수익률 변동폭을 올린 상황입니다. YCC에 변화를 주며 만연한 엔저 기조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죠.
마치며
지난 10년 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 중앙 은행이 정책 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이 엔저를 위한 저금리 정책을 폐지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여러 투자 자산의 대량 매도세가 촉발되는 엔 케리 트레이딩 청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세계 자산 시장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엔화 저금리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는 일본 중앙 은행(BOJ)의 정책 동향을 계속해서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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